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에 블로그를 통해 인사드립니다. 거의 한 달 만에 새로운 글을 쓰는 것 같네요.
이번 달은 저에게 조금 특별하고도 무거운 달입니다. 바로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어느덧 3년째가 되는 세 번째 제사가 있는 달이기 때문입니다. 아침 일찍 채비를 마치고 대구 근처 마트에서 향과 소주를 사 들고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아버지가 계신 산소에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담배와 그리고 소주 세 잔을 올리고 나니 문득 3년 전 아버지를 허망하게 떠나보냈던 100일간의 치열했던 투병 과정이 다시금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오늘은 그 힘들었던,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꼭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보려 합니다.
1. 팔 통증으로 시작된 청천벽력, 폐암 4기 확진
많은 분이 암의 전조증상으로 기침이나 객혈을 생각하시지만, 저희 아버지는 전혀 다른 증상으로 암을 발견하셨습니다. 바로 원인 모를 극심한 팔 통증이었습니다.
동네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어도 원인이 나오지 않았고, 결국 울산대학교 병원에서 정밀 검사(PET-CT)를 진행한 후에야 충격적인 결과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원인은 ‘폐암 4기’였습니다. 이미 폐뿐만 아니라 늑골(뼈 뒤쪽)과 팔 쪽까지 암세포가 광범위하게 전이된 상태라 수술조차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여기서 얻은 교훈: 몸의 한 부위에 원인 모를 통증이 지속되는데 동네 병원에서 원인을 찾지 못한다면, 지체하지 말고 무조건 대학병원이나 대형 병원으로 가셔서 CT, MRI, PET-CT 등 정밀 검사를 받아보셔야 합니다. 2차, 3차 소견을 듣는 것이 치료의 타이밍을 결정합니다.

2. 서울 대형 병원 전원, 그리고 중입자 치료의 희망과 현실
처음 진단받은 병원 교수의 불친절한 태도와 절망적인 선고에 화가 나, 진료 차트를 들고 서울 아산병원과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전원을 시도했습니다. 아버지는 조금이라도 더 큰 병원에 가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 무렵 세브란스병원에 꿈의 암 치료기라 불리는 ‘중입자 치료’가 도입된다는 소식을 듣고, 혹시나 순번을 앞당길 수 있을까 싶어 예약을 잡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뇌까지 전이가 진행된 상태였기에 현실적인 장벽은 높았습니다. 그래도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의 따뜻한 공감 덕분에 아버지는 마음의 위안을 얻으셨고, 그곳에서 1차 항암치료를 진행한 후 대구의 요양병원으로 내려오시게 되었습니다.
3. 연명치료 거부와 기적 같았던 순간, 그리고 호스피스
요양병원에 계시던 중 갑작스러운 대출혈로 쓰러지셔서 대구 경북대학교병원 응급실로 긴급 이송되었습니다. 목에 호흡관을 꽂은 채 생사를 오가는 상황에서 의료진은 저에게 ‘연명치료를 계속할 것인가’에 대한 무거운 질문을 던졌습니다.
중환자실에서 무의미하게 기계에 의존하는 것은 아버지를 위해서도, 남은 가족을 위해서도 막연한 고문이 될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깊은 고뇌 끝에 호흡관을 제거하는 것에 동인 사인을 했습니다. 그런데 호흡관을 빼고 마취제 주입을 중단하자마자, 아버지는 기적처럼 의식을 되찾고 다시 멀쩡하게 대화를 나누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늘이 가족들과 마지막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찾아온 극심한 암 통증을 견디기 힘들어하셨고, 결국 통증 케어가 확실한 호스피스 병동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호스피스 병원에서는 마약류 진통제를 적절히 투여해 주어 환자의 고통을 최소화해 준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4. 마지막 환각, 그리고 아름다운 이별
돌아가시기 3일 전부터 아버지는 모르핀 등 마약성 진통제 부작용으로 인해 환각 증세를 보이셨습니다. 갑자기 저에게 *”저승길 갈 때 배 값 해야 하니 2천만 원만 뽑아오라”*고 하시기도 하고, 허공을 향해 *”더워지기 전에 빨리 가입시다”*라며 먼저 가신 할머니를 보듯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023년 6월 중순, 1인실로 임종실을 옮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는 100일간의 짧고 강렬했던 투병 생활을 마치고 편안히 영면에 드셨습니다. 암 판정을 받고 딱 100일 만이었습니다.
5. 투병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며 느낀 점 (비용과 건강)
아버지를 보내며 암이라는 질병이 왜 온 집안을 휘청이게 만드는지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금전적인 부분, 간병에 들어가는 시간적, 정신적 소모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다행히 요즘은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산정특례 제도(암 환자 본인부담금 5~10% 적용) 덕분에 병원비 자체는 예전에 비해 많이 경감되었습니다. 실제로 아버지가 1차 항암을 받았을 때 원래 400만 원이 넘는 금액이었지만, 저희가 결제한 금액은 28만 원 정도였습니다. 저 역시 과거에 큰 심장 수술을 받았을 때 3,400만 원이 넘는 비용 중 500만 원 정도만 결제하며 국가 제도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국가 지원이 되는 것도 횟수 제한(항암 8~10회 등)이 있고, 그 이후나 비급여 치료로 넘어가면 온전히 본인 부담이 됩니다. 무엇보다 완치까지 곁에서 간병해야 하는 가족들의 부담을 생각한다면, 결국 가장 좋은 것은 ‘치료’보다 ‘예방’입니다.
✍️ 글을 마치며: 우리 몸은 스스로 지켜야 합니다
뻔한 이야기 같지만 직접 큰 병을 겪고 부모님을 보내보니 이보다 진리인 말이 없습니다.
- 술과 담배는 멀리하기
- 짜고 단 자극적인 음식 줄이기
- 달리기, 산책, 근력 운동 등 매일 조금씩이라도 몸을 움직이기
가장 중요한 것은 내 몸의 작은 변화와 통증을 무시하지 않고 제때 검진을 받는 것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이 본인과 가족의 건강을 다시 한번 돌이켜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아프지 말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