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던 나는 죽었다: 3번의 심장 수술 후 완전히 바뀐 몸의 설정값

다들 건강히 잘 지내고 계시나요?

오늘은 그동안 마음속에만 담아두었던 다소 무거운, 하지만 제 인생에서 가장 솔직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바로 “내가 알던 예전의 나는 죽었다”라는 고백입니다.

심장 수술을 세 번이나 겪으면서 제 삶은 수술 전과 후로 완전히 쪼개졌습니다. 껍데기(외형)는 예전의 나와 똑같은 것 같은데, 몸 안의 OS나 설정값은 아예 새로 맞춰진 느낌이랄까요? 제 몸과 마음에 찾아온 낯선 변화들을 하나씩 기록해 보려 합니다.


1. 사소한 소리에도 요동치는 심장과 불면

예전의 저는 누가 뒤에서 깜짝 놀라게 하거나 큰 소리가 나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무던한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수술 후에는 정말 사소한 자극에도 심장이 쿵쾅거리며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심장이 물리적으로 약해진 것인지, 신경이 날카로워진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밤에 잠을 잘 때도 아주 작은 생활 소음만 들려도 번쩍 잠에서 깨고, 한 번 깨면 30분에서 1시간씩 뒤척이는 일이 허다합니다. 밤 12시나 1시를 넘겨서 자면 다음 날 몇 시간을 자든 하루 전체가 완전히 망가지는 듯한 체력적 한계를 매일 체감하고 있습니다.


2. 더위와 추위, 체질의 완벽한 변화

가장 신체적으로 크게 와닿는 변화는 온도를 견디는 능력입니다. 수술 전에는 한겨울에도 슬리퍼를 끌고 나가고, 한여름에도 정장을 입고 끄떡없이 돌아다녔던 저였습니다.

지금은 초여름만 되어도 비 오듯 쏟아지는 땀이 멈출 생각을 하지 않고, 겨울에는 아무리 두꺼운 파카를 껴입어도 몸이 바르르 떨리는 것을 주체할 수 없습니다. 병원에서는 수술 후 피가 더 잘 돌아서 땀이 많아진 것일 수도 있다고 하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수술 과정에서 몸의 체질 자체가 완전히 뒤바뀐 것 같습니다.


3. 멀어진 치킨과 탄산, 입맛의 변화

그렇게 좋아하던 치킨, 라면, 탄산음료, 달콤한 디저트들이 어느 순간부터 기분 나쁘게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탄산을 마시면 목이 너무 따갑고, 자극적이거나 달콤한 소스들은 향이 너무 세서 코를 찌르는 듯한 불쾌감이 듭니다.

예전에는 간이 센 음식도 맛있게 잘 먹었는데, 요즘은 단맛, 짠맛, 기름진 향들이 혀끝에서 과하게 증폭되어 느껴집니다. 아예 못 먹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엔 스스럼없이 2인분씩 먹던 음식들을 이제는 1인분 채 비우기도 버거운 몸이 되었습니다.


4. 나이 탓일까, 약물 탓일까: 희미해지는 기억력

나이의 영향인지, 수술의 영향인지, 혹은 매일 먹는 약물의 부작용인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부쩍 자주 느낍니다.

과거에는 누구와 어디서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어떤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대략적인 감이 확실히 있었습니다. 요즘은 친구나 어머니와 대화할 때 “내가 이 얘기를 했던가? 왜 이런 대화를 나눴지?” 하며 나눴던 대화의 존재 자체를 헷갈려 합니다. 똑같은 이야기를 두세 번 반복하고 나서야 알아채는 제 모습을 볼 때마다, 대화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고 ‘정말 예전의 내가 아니구나’ 싶어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5. 내가 생각한 ‘회복’과 병원 검사 결과의 괴리

매년 병원에서 폐활량 기능 검사, 심전도, 심초음파 검사를 받습니다. 최근 검사에서 의사선생님께 충격적인 말을 들었습니다. 2년 전과 비교해 폐 기능과 근력이 급격하게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심전도나 초음파상으로는 정상 범주라는데, 일상생활이나 달리기를 할 때 특별한 이유 없이 심장이 불규칙하게 두근거리는 순간들이 반복됩니다. 갑자기 놀라거나 혼자 이상한 상상을 할 때 심박이 꼬이는 듯한 느낌을 자주 받습니다.

“회복되고 있다는 건 나만의 착각이었습니다.”


나름대로 꾸준히 운동을 하며 잘 회복하고 있다고 믿었는데, 현재 내 몸의 실제 상태와 내가 생각했던 회복의 상태 사이에 꽤 큰 차이가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몸을 지키기 위해서는 앞으로 훨씬 더 많은 보강 운동과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성적표를 받은 기분이었습니다.


6. 정들었던 일터를 떠나야 했던 이유

결국 하던 일도 그만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전처럼 야근을 하거나 새벽 조기 출근을 하는 일정이 육체적으로 불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피로가 쌓이면 며칠이 지나도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이 정도는 정신력으로 버틸 수 있겠지’ 하며 파이팅을 내보려 해도, 생각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그런 날들이 반복되다 보니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까지 고스란히 부담이 지어지는 것 같았고, 결국 오랜 고민 끝에 일을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진짜 힘들었던 것은

하나씩 따져보니 참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수술 전의 저라면 상상도 못 했을 일들이죠. 예전의 저는 생각보다 몸이 먼저 나가 움직이는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몸보다 생각이 한 박자 앞서서 브레이크를 겁니다.

  • 예전의 하루: “괜찮겠지! 일단 해보자!”
  • 지금의 하루: “과연 괜찮을까? 여기까지만 하자.”

하지만 가만히 회복의 시간을 돌이켜보니, 저를 진짜 힘들게 했던 건 이렇게 변해버린 ‘몸’이 아니었습니다.

여전히 과거의 찬란했던 나를 붙잡고, 변해버린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버티던 제 ‘마음’이었습니다.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넜다면, 이제는 변해버린 이 몸의 설정값에 맞춰 새로운 인생의 달리기 법을 배워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만큼은 여러분도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뻥 뚫린 풍경을 보며 마음에 쉼표 하나 찍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힘내세요, 저도 제 자리에서 계속 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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