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K마라톤 후기] 서울 상경 투어: 빌딩숲 사이를 달리며 찾은 마라톤의 진짜 재미

안녕하세요, 효잉입니다.

평소 저에게 서울은 그저 ‘병원에 갈 때’ 빼고는 특별히 갈 일이 없는 낯선 도시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혀 다른 목적, 오직 ‘운동’을 위해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도심 속을 달리는 서울 K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서였죠. 목적이 바뀌니 늘 무겁게만 느껴졌던 서울로 향하는 길이 설렘과 특별함으로 가득 찼습니다.


1. 서울역 라이스버거와 전날 밤의 비장한 의식

늦은 저녁, 활기찬 서울역에 도착하자마자 제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롯데리아였습니다. 서울에 올 때마다 꼭 챙겨 먹는 저만의 소울푸드, ‘라이스버거’를 사기 위해서였습니다. 서울역과 용산역 등 오직 몇 군데에서만 한정 판매하는 녀석이라, 서울에 와야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별미입니다. 혹시 나중에 시간적 여유가 되신다면 꼭 드셔보길 추천 드립니다!

숙소로 들어와 든든하게 배를 채운 뒤, 내일 레이스를 위한 경건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첫 대회(구미 하프마라톤) 때 테이핑이 땀에 젖어 허무하게 다 떨어졌던 뼈아픈 기억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숙소 근처 약국에 들러 테이핑과 가위를 새로 공수해 왔습니다. 내일 다리에 붙일 테이핑을 미리 정성스럽게 가위로 잘라두며, 내일 마주할 도심 속 첫 레이스를 조용히 머릿속으로 그려보았습니다.


2. 광화문 빌딩숲, 이색적인 4대문 레이스의 시작

대회 아침, 기온은 영상 4도. 생각보다 쌀쌀한 공기에 몸이 움츠러들었지만, 짐을 보관하고 세심하게 준비운동을 하며 몸을 깨웠습니다.

마침내 선 출발선. 자주 와보지 못했던 광화문 광장 한복판에서 수많은 러너들과 함께 북악산과 경복궁을 향해 힘차게 함성을 외치는데, 마냥 신기하고 가슴이 웅장해졌습니다.

탕! 소리와 함께 출발해 첫 코너를 돌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거대한 빌딩숲 사이로 쏟아지는 아침 햇살을 받으며 대로를 달리는데, 마치 외국에 온 듯한 이색적인 기분이 들더군요. 마라톤이 아니라면 이 바쁜 서울 중심가의 넓은 도로를 언제 온전히 내 발로 밟아보겠나 싶어 매 순간이 감격적이었습니다.

웅장한 성문(숭례문)을 지나고, 서울시청을 거쳐 7km 지점에서 미리 준비한 에너지젤을 짜 먹으며 페이스를 유지했습니다. 5km마다 마주하는 급수대에서 목을 축이며, 평균 페이스 5분 45초라는 안정적인 리듬으로 서울의 심장부를 관통해 나갔습니다. 대로변 위스키 바에서 러너들을 응원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크게 틀어놓은 신나는 음악 소리마저 완벽한 에너지가 되어주었습니다.


3. 청계천의 늪, 그리고 머릿속 지도가 지워진 순간

하지만 서울 도심은 그리 만만치 않았습니다. 9km 반환점을 돌고 진입한 청계천 구간은 제 예상보다 훨씬 길고 험난했습니다. 코스 지도를 완벽하게 외우지 못하고 달린 탓에, 끝없이 이어지는 청계천 주로가 심리적으로 몇 배는 더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동대문 방향으로 접어들었을 때는 체력이 바닥나며 머릿속의 지도가 완전히 지워져 버렸습니다. ‘왜 코스가 끝나지 않고 계속 돌고 가만 도는 기분이 들지?’

완전히 페이스가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도로 위에서 통제 대기 중인 차량들과 마주치는 신기한 경험도 잠시, 5km마다 오는 급수대를 만날 때마다 ‘여기가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지며 힘이 쭉 빠졌습니다.

결국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잠시 걸었습니다. 숨이 돌아오면 다시 뛰려 했는데, 신기하게도 호흡이 차분해지자마자 멈춰 섰던 다리 근육이 무섭게 뻐근해지기 시작하더군요. ‘여기서 주저앉으면 끝이다’라는 생각에 억지로 다시 다리를 굴리며 마지막 사투를 시작했습니다.


4. “할 수 있어, 화이팅!”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준 이름 모를 러너들

마지막 1km를 남겨둔 시점, 응원의 목소리가 귓가를 선명하게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제 등 뒤에서 묵직한 외침이 들려왔습니다.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화이팅!”

뒤를 돌아보니, 이미 레이스를 먼저 끝내고 완주 메달을 목에 거신 것 같은 분이 아직 들어오지 못한 러너들을 위해 주로로 다시 뛰어들어와 함께 페이스를 맞춰주며 달리고 계셨습니다. 서로 친구 사이인지는 모르겠지만, 타인을 향해 아무런 대가 없이 외치는 그 뜨거운 응원 덕분에 저 역시 마지막 남은 영혼까지 짜내어 결승선 문턱을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제 인생 두 번째 하프 마라톤 완주를 달성했습니다!

기록은 무려 2시간 4분대. 첫 대회에 비해 엄청난 기록 단축이었습니다. 전날 밤 숙소에서 공들여 붙인 테이핑이 이번에는 단 한 군데도 떨어지지 않고 살갗에 착 붙어 끝까지 제 관절을 지켜준 덕분이기도 했습니다. 레이스가 끝나고 보급품과 메달을 받기 위해 도심 한복판에서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풍경마저도, 다른 운동장 대회와는 전혀 다른 서울만의 색다른 재미로 다가왔습니다.


5. 마라톤이라는 새로운 여정, 다음 목표는 ‘159’

주린 배를 움켜쥐고 숙소에서 달콤한 휴식을 취한 뒤, 서울에서 유명하다는 일본식 장어덮밥 맛집을 찾아갔습니다. 큰 기대를 안고 한 입 먹었지만, 제 입맛에는 생각보다 너무 달아서 완전히 만족스러운 식사는 아니었습니다. 맛집 투어는 살짝 아쉬웠지만, 이번 서울 마라톤 여행의 즐거움을 방해하진 못했습니다.

이번 상경 투어를 통해 마라톤이 가진 진짜 매력을 온몸으로 깨달았습니다.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기록을 하나씩 단축해 나가는 짜릿한 성취감이 있고, 새로운 도시를 내 발로 들이마시는 ‘여행’의 재미가 공존하는 최고의 문화였습니다. 기회만 된다면 앞으로 전국의 더 많은 대회에 발도장을 찍고 싶어집니다.

이제 저의 시선은 다음 도전으로 향합니다. 파주 하프 마라톤 대회를 이미 신청해 두었습니다.

다음 목표는 마라톤 동호인들의 꿈의 장벽 중 하나인 ‘서브 2(2시간 이내 진입)’, 즉 1시간 59분 59초 벽을 깨부수는 것입니다. 대구로 내려가면 마침 벚꽃이 절경을 이루고 있겠네요. 흐드러지는 벚꽃길을 달리며 더 치열하고 열심히 준비해 보겠습니다. 다음 파주 주로에서 제 한계를 다시 한번 뛰어넘어 오겠습니다.

제 서울 마라톤 여행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레이스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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