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효잉입니다.
3년 전 저에게 찾아왔던 3번째 심장 수술은 제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바뀐 제 몸뚱아리에 그대로 주저앉지 않고, 새로운 몸에 적응하고 도전하기 위해 인생 처음으로 마라톤 대회 참가를 결심했습니다.
그 첫 무대는 바로 3월 1일 구미 마라톤 대회였습니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풀코스를 뛰고 싶었지만, 제 심장에 무리가 될 것 같아 깊은 고민 끝에 하프 마라톤(21.0975km) 코스로 신청했습니다.
1. 걱정 반, 설렘 반으로 맞이한 축제의 시작
처음 서보는 마라톤 대회장이라 긴장도 정말 많이 됐습니다. 하지만 현장의 축제 같은 활기찬 분위기에 저도 모르게 마음이 설레고 들뜨기 시작하더군요.
제 인생에서 가장 길게 뛰어본 거리가 고작 12km였기에, 나머지 채워보지 못한 거리 자리에 대한 걱정 반, 설렘 반을 안고 출발선에 섰습니다.
저는 하프코스 출발선 맨 뒤쪽에서 출발했습니다. 제 앞으로 펼쳐진 수많은 사람의 물결을 보며, ‘이렇게 많은 이들과 함께 달린다면 나도 끝까지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묘한 자신감이 샘솟고 기분이 업되었습니다.
길가에서 열정적으로 응원해 주시는 시민들의 모습을 실제로 보니 참 신기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저도 같이 손을 흔들며 “화이팅!”을 외치고 싶었지만, 워낙 쑥스러움이 많고 부끄러워서 차마 입 밖으로 외치지는 못했습니다.

2. 미디어와는 전혀 달랐던 실전 마라톤의 벽
처음 가보는 마라톤 대회인 만큼, 주로 위에서 겪은 모든 것들이 서툴고 낯설었습니다.
🥤 웅장했던 첫 급수대의 추억
주로에서 처음으로 ‘급수대’라는 걸 만났습니다. 미디어나 TV에서 볼 때는 선수들이 멋지게 달리며 물컵을 낚아채듯 마시길래 쉬울 줄 알았는데, 실전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사방에서 사람들과 계속 부딪히는 바람에, 저는 결국 안전하게 대기하다가 남는 물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마셨습니다. 다른 분들은 도대체 달리면서 물을 어떻게 그렇게 깔끔하게 마시는 건지 마냥 신기할 따름이었습니다.
🧪 인생 첫 에너지젤 섭취
“8km 지점쯤에서는 에너지젤을 꼭 먹어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대회 기념품으로 받은 에너지젤을 챙겨 뛰었습니다. 주변의 다른 러너분들은 그전부터 이미 많이들 드시던데, 저도 어떤 맛일지 궁금해서 먼저 먹어버릴까 하다가 유튜브에서 공부한 대로 꾹 참고 8km를 넘어서 먹었습니다. 사실 제 몸에 어떤 즉각적인 변화가 일어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시키는 대로 임무를 완수했다는 성취감은 있었습니다.
💨 호흡과 심박수에만 집중했던 레이스
지난주 야외 훈련을 할 때 콧물 때문에 정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달리는 도중 숨을 내뱉을 때 콧물이 걸리면, 호흡에 방해를 받지 않으려고 그냥 옷소매로 슥 닦고 팽 풀면서 달렸습니다. 오직 제 호흡의 리듬과 심박수 안정에만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며 한 걸음씩 나아갔습니다. 그렇게 페이스를 유지하다 보니 어느새 10km 고지를 통과하고 있었습니다.
텍스트로 다 담지 못한 생생한 현장 영상은 아래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3. 18km 지점, 찾아온 통증과 마지막 1km의 사투
지옥의 구간이라 불리는 18km를 넘어가자, 마침내 몸에서 신호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왼쪽 무릎과 오른쪽 발목이 조금씩 시려오고 아파지기 시작하더군요.
주로 중간에 스포츠 파스를 뿌려주는 자원봉사자분들이 보였습니다. 저도 다가가서 파스를 좀 뿌릴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막상 그분들 앞에 서니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쭈뼛거리며 그냥 지나쳐 버렸습니다. *”여기 좀 뿌려주세요!”*라고 당당하게 말씀드리면 되는 거였는데 말이죠.
처음으로 장거리를 달리는 거라 부상을 막으려고 무릎에 테이핑을 덕지덕지 바르고 나왔는데, 정작 통증이 찾아오는 순간부터 신기하게 테이핑도 땀에 젖어 스르륵 다 떨어져 버렸습니다. 결국 순수한 제 다리 힘으로 버텨야 했습니다.
멀리서 쿵쾅거리는 북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 이제 진짜 거의 다 왔구나. 조금만 더 힘내자’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습니다. 제 앞의 러너분이 파이팅 응원에 힘차게 화답할 때 저도 따라 하고 싶었지만, 이번에도 결국 마음속으로만 수줍게 “화이팅”을 삼켰습니다.
와… 마지막 1km는 정말 치명적일 정도로 길게 느껴졌습니다. 하프 마라톤의 정확한 거리가 21km가 조금 넘다 보니(21.0975km), 머릿속으로 온갖 생각이 다 들더군요. ‘1키로를 가고도 더 뛰어야 하는 건가?’ ‘얼마나 더 가야 끝나는 거지?’ ‘다 온 거 같은데 왜 도대체 끝이 안 보이는 거야?’
정말 정신력 하나로 마지막 땅을 딛고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4. 완주가 가져다준 행복, 그리고 새로운 시작
이렇게 제 인생의 첫 하프 마라톤을 당당히 완주해 냈습니다. 정말 아주 오랜만에 가슴 깊은 곳에서 밀려오는 압도적인 성취감과 행복감을 느껴봅니다.
대회를 시작하기 전, 제 마음속 목표는 딱 세 가지였습니다.
- “무조건 완주만 하자”
- “완주를 하게 된다면 중간에 절대 걷지는 말자”
- “혹시 안 걸을 수 있다면 2시간 30분 안에는 들어왔으면 좋겠다”
결승선을 통과하고 기록증을 받은 순간, 제가 세운 이 모든 목표를 100% 다 해냈다는 사실에 눈물이 날 만큼 행복했습니다. 달리기를 시작한 덕분에 앞으로 더 많은 도전을 해보고 싶어졌고, “나도 할 수 있다”는 강력한 자신감을 마침내 되찾았습니다.
저의 비뚤어진 카메라 각도만큼이나 아직은 모든 것이 서투르고 부족함 투성인 첫 완주기였습니다. 하지만 이 글을 통해 제 힘찬 심장소리가 지금 이 순간 누군가에게 작은 용기와 응원이 되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혹시 지금 건강 때문에, 혹은 처해진 상황 때문에 도전을 망설이고 계시는 분이 있다면, 아주 조금씩이라도 몸을 움직여 보시는 건 어떨까요?
여러분의 심장도 저와 함께 세상 속에서 힘차게 뛰기를 온 마음으로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