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 3번의 심장 수술 후 내가 마라톤 도전을 결심한 이유

올해는 제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한 해를 만들어보고자 이른 아침 대구 팔공산에 발걸음을 했습니다.

저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총 세 번의 심장 대수술을 겪었습니다. 가장 최근 수술은 불과 3년 전이었죠. 그 수술 이후, 제 인생과 몸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내가 건강에 대해 이토록 처절하게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은 단순히 내 수술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아버지를 폐암으로 먼저 떠나보내고, 어머니마저 유방암으로 수술을 받으시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깊은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지금 당장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차가운 새벽 공기를 마시며, 제가 세 번의 심장 수술을 거치며 느꼈던 이야기들을 천천히 풀어보려 합니다.

1. 이름 모를 선천성 심장병, 그리고 폐동맥판막치환술

저는 선천성 심장병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사실 병명이 워낙 복합적이라 저조차도 정확한 명칭을 잘 모릅니다. 어릴 때는 그저 심실중격결손, 영어로는 복합적인 DORV 혹은 DOLV 정도로만 알고 있었죠. 교수님도 워낙 여러 증상이 꼬여있어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하셨습니다. 핏줄도 꼬여 있고, 심장에 구멍도 있었지만 가장 큰 핵심은 ‘판막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심장에 판막이 없으니 나갔던 피가 계속 역류하게 되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릴 때 인공 판막을 삽입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인공 판막은 영구적인 것이 아니라 세월이 흐르면 닳아 없어지는 소모품이었습니다. 그래서 3년 전 제가 받았던 세 번째 수술이 바로 이 닳아버린 판막을 교체하는 ‘폐동맥판막치환술’이었습니다.

2. 시술실에서 대수술로 바뀐 12시간의 기록

유아기 시절 경북대병원에서의 첫 수술(아직도 등과 옆구리 사이에 멋진 훈장 같은 흉터가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서울대병원에서의 두 번째 가슴 절개 수술 덕분에 저는 20대를 남들과 다름없이 평범하게, 때로는 술과 담배도 하며 무리 없이 보냈습니다.

하지만 30대 중반이 되자 심장이 서서히 커지기 시작했고, 교수님은 수술을 권유하셨습니다. 원래는 가슴을 열지 않고 허벅지 동맥을 통해 판막을 넣는 간단한 ‘시술’로 진행될 예정이었습니다. 전날 제모를 모두 마치고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간 시술실. 하지만 눈을 떴을 때 어머니의 눈빛은 낙심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시술 도중 관상동맥을 건드릴 위험이 발견되어 시술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결국 사흘 뒤, 저는 다시 가슴을 완전히 열고 심장을 정지시킨 채 진행되는 12시간의 대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대한민국 의료진을 믿었기에 무덤덤하려 애썼지만, 그것은 제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폭풍의 시작이었습니다.

3. “예전의 몸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선고

수술 후 회복을 위해 몸에 좋은 것을 열심히 챙겨 먹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체중이 65kg에서 78kg까지 폭등했고, 심장에 엄청난 무리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서울대병원 재활과 교수님의 권유로 처음 스마트워치를 사서 존2(Zone 2) 운동법과 심박수 체크를 시작했고, 소아과 교수님은 살이 찌면 심장에 치명적이니 무조건 체중을 ‘키 – 100’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고 경고하셨습니다.

그렇게 수술 후 2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뒤늦은 깨달음이 찾아왔습니다. 저는 큰 수술을 너무 만만하게 지켜봤던 것입니다. “이제 30대 후반이고 가슴을 열어 심장을 세 번이나 세웠는데, 몸에 무리가 안 가는 게 이상한 일이다. 예전의 몸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라는 교수님의 말씀은 참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체감 신체 나이는 50~60대 같았고, 학창 시절 수술 핑계로 체육을 멀리하며 운동 습관을 기르지 않았던 과거가 뼈저리게 후회됐습니다.

4. 달리기, 내 몸의 소리를 듣는 진짜 시작

수면 심박수가 110까지 치솟는 것을 보며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고 느꼈을 때, 제가 선택한 것은 ‘달리기(러닝)’였습니다. 평발에 심장 수술 환자라는 핑계로 평생 외면해 왔던 운동이었습니다.

첫날은 3km조차 숨이 차고 배가 아파 죽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주 3~4회씩 멈추지 않고 달렸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10km를 거뜬히 달릴 수 있는 몸이 되었고, 몸무게도 70kg 아래로 내려오며 숨쉬기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편해졌습니다.

달리기를 시작하니 식습관도 자연스럽게 바뀌었습니다. 좋은 음식을 찾아 먹기보다, ‘내 몸에 안 좋은 음식부터 끊어보자’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마침 어머니의 유방암 수술과 친구의 간경화 소식이 겹치면서, 서로 건강한 음식을 공부하고 공유하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이 ‘맛있고 안 좋은 음식을 안 먹는 것’이었지만, 이제 내 심장이 받아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기꺼이 받아들이고 줄여나가고 있습니다.

5. 2026년, 편안함을 멀리하고 마라톤으로

원체 운동을 안 했던 몸이라 아킬레스건염과 족저근막염 같은 부상도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이 통증마저도 ‘내가 참 내 몸을 모르고 살았구나’를 알려주는 고마운 신호였습니다.

이제 저는 2026년 한 해 동안 그동안 편하게 살았던 날들과 작별하려 합니다. 실제 마라톤 대회에도 도전해 보고, 다른 분들의 건강 관리 노하우도 적극적으로 배워볼 생각입니다.

전국에서 저처럼 평생 병원을 다니며 싸워야 하는 환우분들, 그리고 가슴 졸이며 자식을 키워내신 부모님들. 절대 낙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작은 도전이 여러분에게 조금이나마 살아가는 응원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아픈 곳 없는 건강한 한 해 되세요!

댓글 남기기